중국 내수시장 어디, 어느 업종 유망할까

박래정 2009-05-04

글로벌 경제위기를 내수확대로 극복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중국 내수시장 공략이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 한국기업은 물론 중국 진출 역사가 더 오랜 일본기업들의 경험이다. 시장이 큰 만큼 한참 인기를 끌었던 뜨는 사업이 하루 아침에 퇴출될 수 있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지대하다. 정부 투자지출과 각종 지원책이 쏟아지는 만큼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분석 결과 화학 교통물류 등 제조업 인프라 업종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지원은 내륙지역의 시장을 키우는 데 분명 도움을 주겠지만, 고소득 도시가 몰린 화동지역과 광동성의 소비여력을 능가하기엔 현재의 격차가 커 보인다. 내구재 소비시장의 크기는 지역 경제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시장 성장성은 지역별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의 경제지리적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향후 내수시장 거점을 마련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본 고에서는 이 특성을 간선철도 노선과 역참 도시의 분류를 통해 분석했다.  '시장을 정확히 읽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중요한 때이다.

 

< 목 차 >

 

Ⅰ. 중국 내수시장의 허실
Ⅱ. 향후 유망 업종
Ⅲ. 소득지표 등으로 본 유망시장
Ⅳ. 경제지리적 유망지역
Ⅴ. 시사점

 


Ⅰ. 중국 내수시장의 허실

 


중국이란 나라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은 중국 정부의 11차 5개년 규획이 공개된 2005년부터 지배적인 것이 됐다. 수출과 투자 중심의 성장전략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향후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성장엔진을 자체적으로 찾으려 한 것이 바로 11차5개년 규획이었다. 성장엔진을 중국 내부에서 찾으려면, 소비와 소비용 투자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고, 이는 중국 내수시장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규획은 ‘13억 시장’의 가능성에 매료돼 일찌감치 중국시장에 진출한 글로벌기업들에겐 가뭄 속 단비와 같은 메시지였다. 5개년 규획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조건으로서 환율개혁(위안화 절상), 소득분배 개선, 소비환경 개선 등 여러 구조개선 과제를 망라해 착실히 진행돼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렇다면 실제로 중국시장은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을까.


2007년 통계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의 최종수요를 산출해보면, 해외부문이 28%나 차지했다. 다른 대국경제가 10%대의 의존도를 보이는 것에 비해 상당히 높다(<그림 1>, <표 1> 참조). 그러나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중국의 해외수요 의존도는 15% 안팎이었다. 30년의 개혁개방 역사에서 최근의 높은 의존도가 오히려 예외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해외수요 의존도가 높아진 때는 동북 아시아 경제권에서 국제간 생산분업이 활발하게 재편된 시기와 겹친다. 주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노동집약적 공정을 중국의 연해지역으로 이주시켜 생존을 도모했고 중국 지방정부 역시 고용효과를 의식해 외자 유치를 독려하던 때이다. 그 결과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용 고정자산투자가 크게 증가했고, 이는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끎과 동시에 해외수요 의존도를 크게 높이는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국제 분업과정을 더욱 촉진시킨 것이 바로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이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라는 대외적 충격에 맞서 사실상 위안화를 미 달러화에 고정시킨 고정환율제를 유지함으로써 연해지역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유지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것이다.


2005년 5월 위안화의 전격적인 평가절상은 기존 수출의존 정책을 내수, 정확하게는 소비 중시로 회귀시키려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어 공표된 11차 5개년 규획의 의미는 위에서 언급했다. 그런데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수년이 지나도록 중국 내에서 소비경기 활황이나, 매출확대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선 중국 소비시장 규모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깰 필요가 있다.


흔히 중국 경제규모의 국제 순위를 강조할 때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사용한다. 명목환율로 국제간 국내총생산이나 국민총소득을 비교할 경우 국제거래 대상이 아닌 서비스부문의 가격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중국 경제 내부에서 서비스부문의 가격은 유휴노동력 때문에 상품가격보다 크게 저평가돼 있다. 구매력 평가기준에 따른 경제규모가 명목환율에 따른 경제규모보다 상당히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계한 세계 GDP 랭킹에서 중국은 명목환율 기준으로는 일본에 이은 3위였지만, 구매력 평가기준 환율로는 일본을 크게 앞선 2위였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이 인식하는 수익은 당연히 명목환율 기준이다. 물량단위의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자체 재무제표에 적어 넣는 숫자들은 국제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장환율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림 2>에는 지난해 평균 시장환율을 바탕으로 추산한 주요국 소비지출 규모가 나타나있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소비지출의 비중이 작은 데다, 저평가된 시장환율로 환산하니 그 규모는 더욱 작아졌다. 세계 두 번째로 큰 대국경제의 소비규모는 이탈리아보다 작다. 유럽 선진국 수준의 소비시장에서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로컬기업들과 내수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노다지를 캐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림 2>에 나타난 이탈리아와 중국과의 소비지출 격차는 1,810억 달러로서, 중국 소비지출의 11% 정도이다. 바꿔 말하면 중국 위안화의 달러환율이 11% 정도 떨어지면(절상되면) 역전이 가능하단 뜻이다. 최근 해외수출이 급감하면서 중국 내에서 위안화를 절하시켜야 한다는 수출업계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막대한 규모인 무역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중국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경우 중국 소비시장의 명목상 크기는 더욱 커질 수 있다.

 


Ⅱ. 향후 유망 업종

 


앞에서 중국 소비시장의 규모와 잠재력을 대략적으로 살펴봤지만, 중국 내수시장에 현미경을 들이대듯 ‘뜰 시장과 질 시장’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장변화가 매우 빠른 반면 분석에 유용한 객관적 자료는 부족하거나, 매우 늦게 공표된다. 시장조사기관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워낙 시장이 커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려면 큰 비용이 든다. 본 고도 이러한 현실적 한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만큼 유망시장 분석을 하나의 절대적 기준에 의존하기보다 동원 가능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수출환경 악화에 대응해 대대적인 내수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주로 경기악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소외계층의 소비여력을 확충하고,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소비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LG 비즈니스 인사이트 1020호 ‘글로벌 경제위기와 중국 내수시장 변화’ 참조). 이 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선택이 내수시장에 줄 긍정적 변화를 우선 산업 측면에서 전망해보자.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폐막 이후 올 4월 중순까지 공개된 일련의 중국 경기대책 중 향후 내수경기 및 산업판도에 큰 파장을 미칠 정책은 4조 위안의 재정투자와 10대 산업 진흥계획,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표 2> 참조).


중국 증권가에서는 두 가지 정책으로 직접 수혜를 입을 업종으로 건자재 산업과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전자IT 등을 꼽고 있다. 10대 지원대상 업종에 포함된 철강 방직 경공업 유색금속 물류업 등은 생산과잉에 따른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흥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풀이되는 만큼 당장 산업 전반적인 정부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자동차 전자IT 선박 석유화학 등은 고용효과가 매우 크고 인접국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진 분야로 인식되는 만큼 앞으로 자주창신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상당한 규모의 지원을 예상할 수 있다.


중국정부의 특정 산업에 대한 재정지원은 중장기적으로 산업간 거미줄처럼 엮인 연관관계를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어떤 업종에 강한 파급영향을 미칠지는 산업연관표 분석을 통해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본 고에서는 산업분류가 세밀하게 공개된 2002년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연관효과를 추정하되, 일단 정부의 직접 지원대상 17개 업종을 선정했다. <표 2>가 명시한 업종에 중국 공산당이 수년 째 ‘1호 문건’을 통해 지원방침을 천명하고 있는 농업과 사회기반설비 구축에 필수적인 가스 용수 전력공급업, 교육문화 보건위생 산업 분야를 포함시켰다.


17개 업종이 다각적인 지원을 받아 생산활동이 강화되면 후방연관 효과는 제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농업의 경우 화학공업이 가장 큰 후방 연관효과를 누리고 이어 식품연초가공업 도소매무역업 교통운수창고업 금융보험 등으로 나타난다. 17개 업종마다 후방 연관효과 상위업종을 5개씩 추려낸 뒤 순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하면 어떤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지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표 3>을 보면 이번 재정정책으로 화학공업이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며 이어 교통물류 금속가공 도소매 순으로 나타났다. 화학공업은 산업 전반의 생산활동 증가에 따라 유발 생산이 가장 활발한 기초원자재 산업이기 때문이다. 교통물류의 경우 4조 위안 정부투자액 중 가장 많은 비중(45%)을 차지하는 사회기간설비 구축에 따라 막대한 파생효과가 예상되는데, 이는 비행장 철로 도로의 확충이 물류업계에겐 시장의 외연적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도소매 무역업도 비슷한 맥락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분야도 기초소재 산업으로서 시장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석탄채굴 및 정제의 경우 최근 유가급락으로 석탄화공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데다 중국 중앙정부가 환경오염 방지 차원에서 대규모 설비프로젝트에만 사업허가를 내주고 있어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자산업은 당장 중앙정부의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의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컬러TV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 등 4개 가전 필수품에 한해 농촌 소비자가 구매할 경우 구매액의 13%를 돌려주는 내수확대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향후 4년 동안 9,000억 위안 정도의 매출확대를 전망하고 있으나, 아직은 구매품목의 가격상한선이 낮아(대당 2,000위안) 당장 고가 가전의 매출확대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필수가전의 보급확대는 전력이나 기타 내구재에 대한 유발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내수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Ⅲ. 소득지표 등으로 본 유망시장

 


중국 정부의 재정투자는 중국 전역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개혁개방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내륙지역의 진작효과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기반시설 확충은 주로 이러한 인프라설비가 취약한 내륙지역에 대해 높은 우선순위를 정해놓은 데다, 대지진 복구투자도 내륙의 중심인 사천성에 집중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이번 재정투자는 새로운 생활거점이나 산업거점을 조성하기 위해 투입된다기 보다는 현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존 내륙거점에 대한 추가 보완투자 차원에서 이뤄질 공산이 높다. 이번 장에서는 당장의 수출급감으로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지역을 살펴보고, 이어 향후 내수시장 중 어느 지역이 유망할지를 소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소득통계를 통해 분석해보자.


수출급감으로 화동과 광동지역 내수경기 최악


중국의 수출은 올 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1%나 줄었다. 지역적으로 수출감소 폭을 살펴보면(세관신고 지역이 아닌, 수출업체 소재지 기준) 산서성 감숙성 등 서북부 내륙지역이 수출공장이 몰려있는 연해지역보다 훨씬 높은 기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내륙지역은 수출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수출감소가 내수경기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살피기 위해선 감소세와 함께 수출의존도(수출액/GDP)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산출한 <그림 3>을 보면, 상해 광동 등 중국 경제의 최대 수출벨트 지역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중국 평균치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륙인 산서성이 전국 평균보다 타격이 큰 것은 이 지역 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원수출이 물량감소는 물론, 국제 원자재 가격 폭락의 악영향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연해지역 중에서는 산동성 하북성 북경 등 화북지역과 동북지역(요녕성)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방 산업연관관계를 살펴보면, 동북 및 화북지역은 화동을 경유하는 우회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글로벌 수출환경이 조만간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지역의 체감경기도 점차적으로 악화할 것이다.


중국에서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상해 광동성 강소성 절강성 등 4개 지방으로 해당 지역 GDP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 지역은 이번 수출급감으로 심각한 내수경기 악화를 체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광동성의 올 1분기 GDP 성장률은 5.8%로서 개혁개방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광동 경제의 추이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연해지역 경제의 풍향계로 간주되는 만큼 현재 중앙정부도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반대로 글로벌경기가 회복되면 내수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 글로벌 위기의 파장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연해지역 경기회복은 단기간에 체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심천 광주 영파 상해 북경 등은 이미 한국형 소비패턴


흔히 중국은 한국의 1970년대부터 2000년대가 공존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미국처럼 큰 영토를 가졌지만 경제지리적인 여건이 크게 다르고 사회 균질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경제발전 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소비수준도 상당히 큰 격차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생필품의 소비보다 내구재나 서비스 재화의 소비가 중시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림 4>는 1990년대 이후 한국 가계부문의 용도별 소비패턴을 세 시기로 나눠 비교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소득증가에 가장 탄력적으로 반응했던 소비지출 분야는 교통통신비였다. 그러나 2005년 이후엔 교육지출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식료품 소비는 90년대 초반까진 주거비용 지출이나 가구가사용품 지출보다 탄력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소득증가에 가장 비탄력적으로 움직인다. 내구재 지출항목을 대표하는 가구집기가사용품에 대한 지출은 꾸준히 소득증가에 탄력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중국은 지역별 소득격차가 상당하다. 홍콩에 인접한 경제특구 1번지 심천의 인당 GRP는 내륙 거점도시 중경의 거의 5배에 이른다. 따라서 소비패턴에도 상당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차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한국 가계부문의 소비지출액을 용도별로 7개 부문으로 나눠 ‘비중’을 구한 뒤 중국 30개 도시의 각 비중에 대응시켜 편차를 구했다. <표 4>는 그 편차가 적은, 즉 한국 소비패턴과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앞의 <그림 4>는 <표 4>와 달리 지출항목별 소득탄력성을 비교한 것). 그 편차가 적을수록 한국과 유사한 소비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소득수준이 높은 심천 광주 영파 상해 북경 등 대도시 주민들 중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소비자들은 사실상 한국 평균수준의 소비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대련(요녕성)의 경우엔 소득수준이 상당한 데도 식료품이나 의복신발과 같은 기초 생필품에 대한 지출비중이 높아 괴리를 보이고 있다. 반면 남녕(광서성)의 경우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도 소비지출은 교통통신 및 교육분야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서비스 중시형 패턴을 보이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중국 대도시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사교육 열풍이 대단하다. 광주 남경 영파 북경 등 순으로 대도시의 교육비 지출비중이 가장 한국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구재 지출 욕구를 반영하는 가구집기가사용품 지출비중은 남창(강서성) 하얼빈(흑룡강성) 제남(산동성) 남경(강소성) 장사(호남성) 청도(산동성) 순으로 높았다. 곤명 심양 장춘 등은 이 항목 지출비중이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화동지역과 광동성이 내수 잠재력이 가장 커


소득수준의 높고 낮음은 소비지출 형태는 물론 소비지출 전체 규모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향후 중국 내수시장의 거점 도시는 미래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이 될 공산이 크다. 이를 추세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07년도 100대 도시의 인당 GRP에 최근 4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을 곱해서 지난해 순위를 새로 구했다(<표 4>의 인당 GRP 참조). 이중 인당 GRP가 6만 위안을 넘어서는 고소득 도시만을 골라낸 결과 32개 성 특별시 중 광동성이 가장 많은 5개의 도시(전체 24개시)를 포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광동성 다음으로는 강소성 절강성에서 각각 4개의 도시가 6만 위안을 넘어섰다. 성급 행정단위에 포함되지 않은 특별시 상해의 인당 GRP가 7만2,500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장강의 어귀인 상해를 꼭지점으로 한 화동지역이 중국 내에서 내수 잠재력이 가장 클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인당 GRP가 1만 위안 이상인 중소득 도시까지 감안하면 중국 전역에서 97개 도시를 선정할 수 있다. 이 범주에는 내륙지역의 안휘 흑룡강 하남 등 3개 성이 각 5개의 도시를 포함시켰고, 이어 호북 호남 사천 등 4개 성이 4개씩이었다. 내륙 도시들의 경우 대부분 인당 GRP 5만 위안 이하급 도시들이다. 이 지역 소비규모나 소비패턴은 연해지역과 상당한 차등을 보일 수밖에 없다(<표 4> 참조). 그렇지만 향후 글로벌경기 침체가 지속돼 수출경기 위축이 수년간 지속되고 중국 정부의 내수부양 정책이 내륙지역으로 집중될 경우 시장잠재력이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중소득 도시의 내수역량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다.

 


Ⅳ. 경제지리적 유망지역

 


중국 국토의 동서와 남북 직선거리는 각각 5,200㎞, 5,500㎞에 달한다. 이처럼 큰 대륙에서 경제활동을 지탱해주는 핵심 물류기반은 철로이다. 중국 철로는 2년 전 티벳 경제중심인 라싸와 청해성을 연결하는 청장선(靑藏線)이 개통되면서 중국 전역의 지방 중심도시를 가로세로로 연결하는 대동맥이 완성됐다. 총 연장 7만9,000㎞.


지난해 중국 물류운송은 자동차를 이용한 도로운송이 1만8,200백만 톤으로 철로운송량 3,300백만 톤의 5배를 넘어섰다. 반면 운송거리와 운송중량을 모두 감안하면 철로운송이 오히려 두 배 이상이나 물동량이 많다. 그렇지만 육상도로 역시 철로와 비슷한 방향으로 깔려있는 만큼 향후 유망 내수시장 분석 시엔 철로의 노선분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그림 5> 참조).


중국 철로의 핵심은 북경과 광동성 광주, 북경과 홍콩 구룡반도를 각각 남북으로 연결하는 경광선(京廣線)과 경구선(京九線)이다. 여기에 서북지방인 감숙성의 중핵도시인 란주와 동쪽 상해를 연결하는 롱해선 등 크게 3개의 동서 간선철로가 경광선 경구선과 교차하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른다. 예를 들어 롱해선은 서부 란주를 출발한 뒤 서안 정주 서주 남경 등 각 지방의 중핵도시를 두루 거친 뒤 상해에 도달하게 된다. 간선철로의 교차점과 종착역은 경제활동의 거점으로서, 향후 내수시장 성장세를 이끌 잠재력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비여력이 한데 모이는 철로 종착 시장 : 우루무치 성도


그러나 다 같은 간선철도 상의 주요 역참 도시라 해도 철로운송의 교차지점과 종착점의 소비시장 특성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강성의 우루무치는 란주에서 출발한 란신선(蘭新線)의 신강성 종착역이다(물론 우루무치 역에서 출발하는 철로 지선이 존재한다). 이 도시는 타림분지(남쪽)와 준거얼분지(북쪽)가 맞닿아 솟아있는 교차지에 자리잡고 있다. 광대한 신장성에서 내륙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교통요지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신장성내에서 원자재 및 농산물 교역으로 축적된 소비역량이 우루무치 한 도시에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와 인당 GRP도 내륙의 평범한 도시보다 높다(<표 7> 참조).


사천성의 중심인 성도도 마찬가지이다. 사천성은 지형적으로 중국 서부 산악지역 내 움푹 파인 분지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 중원에서 사천을 공략하려면 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험준한 산악부터 넘어서야 한다. 이러한 천혜의 이점 덕택에 한나라 고조 유방, 후한의 유비, 당나라 현종, 청조 말기의 여걸 서태후까지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맞이할 때면 으레 사천 지역으로 피난을 떠나며 권토중래를 모색했던 지역이다. 오늘날 사천지역은 지형적 특징 때문에 내수여력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고 고스란히 분지 내 강계(疆界)에서 소화되는데 그 중심에 성도와 중경시가 자리잡고 있다. 이 중 중경은 광대한 농촌 배후지까지 모두 중경직할시에 편입돼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간선철로 종착점으로서의 이점을 살린 내수시장으로는 이밖에 후허하오터(내몽고) 곤명(운남) 남녕(광서) 하얼빈(흑룡강)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중 북쪽에 자리잡은 후허하오터나 인근 포두(包頭)같은 도시는 석탄 등 광물자원이 풍부해 글로벌 사치품 메이커들이 목표시장으로 설정한 지역이기도 하다.


시장외연을 확대하기 용이한 사통팔달 시장 : 정주 주주 무한


반면 간선철도 교차지는 중부 내륙과 연해지방 내륙지역에 포진해 있다. 경광선과 롱해선이 만나는 정주, 경광선과 절감선이 만나는 주주(株州), 경광선과 양유선이 교차하는 무한 등이 대표적인 도시. 이러한 도시는 지형적으로 평야지역에 자리잡은 사통팔달의 요지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해당 교차지 인근에 현급시(현 단위 행정구역 중 인구밀도나 비농업 종사자 비중, 도시형 인프라 충족률 등이 일정 기준을 넘어 시 단위로 승격한 지역)들이 비교적 많다. 교통이 비교적 잘 발달돼 있고 비농업 인구가 많은 만큼 시장 외연을 확대하기가 용이하다. 반면 간선철로라도 단일 노선이 그냥 지나쳐 가는 경유지인 경우 시장확대의 추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태원 석가장 등 북경 서쪽의 내륙도시들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공표된 중앙정부의 4조 위안대 재정투자 확대 방안 중 가장 큰 1조8,000억 위안이 내륙지역 인프라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도로나 철로 운송의 경우 이미 간선로가 확보된 만큼 향후 인프라 투자는 복선화나 고속화, 전철화 혹은 지선 건설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위에서 언급한 간선로 종착역과 교차지의 시장 잠재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Ⅴ. 시사점

 


한국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과거 수출거점 확보에서 내수시장 진출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나 직접투자 지역을 살펴보면 아직도 외국기업과 차이가 적잖다. <그림 6>이 보여주듯 가장 큰 차이는 산동성과 북경 천진 등 화북지역과 요녕성 등 동북지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앞의 분석에서 중국 최대의 내수시장은 상해를 정점으로 하는 화동지역과 광동성 지역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기업들의 중국거점은 광동성과 절강성이 매우 적고, 북쪽지역에 편향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화북지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한중간 분업구조의 이점을 살리기 좋다. 그러나 중국의 최대 내수시장으로부터 격리돼 있다. 중국 각 지역의 내수시장은 해당 지방정부나 지방정부가 최대 지분을 가진 국유기업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들의 이익이 지방정부의 세수에 직결되는 구조 탓이다. 기존 거점을 넘어 타 지방의 시장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장진입 비용을 치러야 하고 유무형의 텃세를 이겨내야 한다.


앞 장의 분석이 시사하듯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은 제품별 시장잠재력이 큰 지역에 판매 혹은 생산거점을 적기에 마련하고 시장특성에 맞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목표시장이 자리잡은 경제권의 규모와 성장성은 물론 경제지리적 특성까지 감안하면 더욱 효과적인 시장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업종별로 분류해보면 제조업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03~08년 총투자금액의 76%, 총투자 건 수의 75%, 수출입은행 조사). 제조업의 경우 토지임대료 및 수출관련 소득세 경감 혜택이 있는 연해지역 개발구(開發區)에 입주하려는 유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이런 혜택에 안주해버리면, 추후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입지를 바꾸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지역이기주의가 강하고, 법적 보호를 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이익을 내는 기업 비중이 74%(Amcham China ’08 Survey)에 달할 정도로 내수시장 공략에 효과를 보고 있다. 제조업 투자비중은 30%에 불과한 반면 서비스업(37%)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은, 진출 초기부터 내수시장 공략목표를 뚜렷이 한 반증이다.


진출업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효과적이고 강력한 유통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제조업 분야의 경쟁이 극심한 중국 시장에서는 유통업체들의 협상력이 제조업체를 능가하는 현상이 여러 산업 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일본 유통기업들은 이미 연해지역 대도시에 합작 형태로 진출한 데 이어 내륙지역 진출을 시도하는 단계이지만, 한국 유통기업들은 상해와 북경에 상징적인 거점을 마련했을 뿐이다. 앞 장에서 거론했듯 성도나 우루무치 같은 역내(域內) 소비여력이 한 데 모이는 시장에서는 현지 유통망의 지배력이 매우 클 것이다. 우호적인 유통채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기업들의 내수시장 진출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지법인들의 기업문화도 내수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중국 기업문화는 연공서열 의식이 약하고 파격적인 성과보상에 익숙해 서구형에 가깝지만 인맥을 중시한다. 이러한 특징은 지역특성이 강한 중국 시장에서 현지 채용 고급인재들의 몸값을 극대화시키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도 ‘현지 우수인력 확보’를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목하곤 한다. 고용브랜드가 약한 한국 및 일본기업들은 사정이 더 어렵다. 생산관리형 인력확보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의 인사채용 관행을 탈피해 중국 시장에 적합한 성과 및 보상 프로그램을 채용하는 등 경영 전반에서 환골탈태가 필요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