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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 똑똑한 인재들이 의외로 부진한 성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공들여 키우거나 외부에서 어렵게 영입해 온 똑똑한 인재들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내 A사는 R&D 분야에서 다수의 우수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였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기대했던 성과를 창출하지 못한 채 이직을 하였다. A사는 이직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였으나 ‘더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이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는 천편일률적인 대답만 들었다. 또 다른 B사는 많은 비용을 들여 해외 MBA 출신자들을 채용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스타로 발돋움하기는커녕, 기존 구성원들과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낮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내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핵심 인재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미 기업은 엄격한 채용 절차와 기준, 그리고 차별적 보상 등을 통해 똑똑한 인재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똑똑한 인재들이 기업 성과 창출의 일등 공신이 되어주리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똑똑한 인재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렵게 영입한 외부 핵심 인재가 의외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거나, 쉽게 이직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또는 과거에 뛰어난 성과를 보였거나 잠재 역량이 뛰어나 향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내부 인재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똑똑한 인재들의 성과 부진은 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기업은 이러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여 대처하지 못하고, 단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경쟁사가 더 많은 급여를 제공한다는 등의 환경적인 문제로 그 원인을 돌리고 자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빠른 경쟁 환경 속에서 기업은 똑똑한 인재들이 제 페이스를 찾아 최고의 성과를 창출할 때까지 목 놓아 기다릴 수만은 없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똑똑한 인재들의 성과 부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사전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똑똑한 인재의 성과 부진, 왜?
● 조직 내 집단 ‘왕따’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을 현대 사회에 투영해본 한 조사 결과가 있었다. ‘당신의 직장에 장금이 같은 직원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제일 많은 답이(26.4%) ‘모난 돌은 정 맞기 십상’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16.6%의 응답자들은 ‘왕따가 될 것’이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이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도 조직 생활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단면을 보여주는데, 실제로 이런 예는 기업 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A사의 R&D 분야 우수 인재들의 퇴직 이유가 바로 내부 구성원들로부터의 따돌림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뒤늦게 조사되었다. 즉, 외부 우수 인재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집단적 배타가 우수 인재들의 성과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비단 외부 인재에 대한 배타적 태도뿐만 아니라 특출나거나 특별한 내부 구성원에 대한 배척도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한 온라인 취업포탈업체가 직장 내 따돌림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60%가 ‘부서 내 집단 따돌림 현상이 있다’고 했고, ‘척척박사형, 잘난척형’이 왕따 대상 2위로 나타나 똑똑하고 성과로 튀는 인재들이 왕따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일부 회사에서는 우수 인재 동기부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발탁 승진 제도’를 폐지하는 사례도 있다. 뛰어난 인재여서 더 많은 역할을 주기 위해 발탁 승진을 시켰는데, 대체적으로 구성원들이 발탁 승진자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외에도 ‘얼마나 잘하나 두고보자’는 식의 냉소주의, 1년도 채 안되어 가시적 성과를 강요하면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배척하는 것도 조직 내 다양하게 나타나는 왕따의 유형으로, 똑똑한 인재들의 성과 부진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몇 해전 국내 C사는 하버드대 MBA 출신의 스타급 인재를 스카우트했는데, 이 과정에서 CEO가 새로 영입한 인재의 사내 위치를 흔드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 하기도 했다.
이처럼 텃새와 배척은 똑똑한 인재들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 하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가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리더들은 똑똑한 인재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들이 보다 빨리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외부 우수 인재를 활발하게 영입하는 D사가 임원들과 외부에서 영입한 우수 인재를 일대일로 연결하여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링을 실시하는 것이 그 이유라 하겠다.
● 기회를 주지 않는 기업
똑똑한 인재들을 확보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가 이들이 제 역량 한번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일반 구성원들 사이에 묻혀버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B사 인사팀 실무자는 ‘핵심 인재 확보가 화두가 되고 있어 뽑긴 했으나, 정작 이들에게 맡길 가치 있고 도전적인 업무가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똑똑한 인재들이 아깝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기업들이 핵심 인재 확보 전쟁에 말려 무분별하게 핵심 인재를 채용하거나, 단기적 시각만으로 당장 필요한 인력 충원에 급급할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똑똑한 인재를 확보하고도 그에 맞는 도전적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보통의 구성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부여하여 결국 ‘우수 인재의 보통 인재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똑똑한 인재들은 ‘도전적 업무’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전자 업체에서 실시한 ‘직장 선택 시 가장 중시하는 1순위 요인’ 조사 결과, 핵심 인력군은 보통 인력군에 비해 ‘일에 대한 도전적 가치’를 매우 높게 꼽고 있었다(<그림2> 참조). 다시 말해 똑똑한 인재들은 도전 가치가 있는 일을 부여 받지 못할 때, 조직 내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와 함께 슬럼프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Good to Great’에서 가장 기회가 큰 곳에 가장 뛰어난 인재를 배치하라고 하였다. 똑똑한 인재들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역량을 자극하고 도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가치 있는 업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구성원들과 비슷한 수준의 업무나 안정적이고 반복적 업무는 도전하려는 그들의 의욕을 꺾어버리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실패를 용납치 않는 문화
좋은 점수와 훌륭한 면접으로 조직의 기대를 잔뜩 받으며 입사한 신입사원 A씨는 포부가 크고 의욕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선배 사원들이나 리더들이 다른 사람들의 실패나 실수에 대해 두고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아왔다. 또한 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긍정적 검토보다는 부정적인 반박이 앞서는 분위기였다. 결국 A씨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부정적 반박과 ‘책임질 수 있냐’는 말에 확답을 할 자신이 없어지자 조직이 해오던대로 그냥 따라하는 것이 속 편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위 동료들도 괜히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눈총을 받느니, 너무 튀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더 낫다는 태도이다.
이처럼 새롭고 다양한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 보수주의, ‘잘 안될거야’라는 식의 부정적 마인드 등이 조직 전반적으로 형성되어 있을 경우, 똑똑한 인재들의 능력은 점점 사장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조직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Risk-Taking을 거부할 경우, 그 구성원들은 보다 나은 새로운 방법을 찾기보다 기존의 낡은 매뉴얼을 그대로 답습하여 실패와 실수를 줄이는데 행동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똑똑한 인재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면,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직의 보수적 성향으로 새로운 시도 자체를 억제하고 있는 환경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패러마운트 픽처스사의 회장으로 일하다가 최근 물러난 셰리 랜싱은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성공도 실패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했다. 조직은 ‘실패할 수도 있지.. 내가 책임질께, 한번 해봐’라는 태도로 똑똑한 인재들이 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3M이 15%룰을 통해 연구원들에게 관심 분야를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삼아 포스트잇 등 세기적 발명품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 무능한 리더
삼국지의 인재 경영 관련 내용에는 ‘적토마를 갖고 싶다면 리더는 적토마를 탈 능력부터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즉, 어리석은 군주는 능력 있는 신하를 제대로 다룰 수 없고, 오직 현명한 군주만이 뛰어난 신하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리더들 사이에서는 흔히들 ‘부하 직원이 적당히 뛰어나면 행복한데, 지나치게 뛰어나면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간다고 한다. 많은 리더들이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그들을 경계하고 견제하는 나머지 똑똑한 부하 직원의 공을 가로챈다든지, 중요한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다든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부하 직원을 평가 절하하거나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례가 기업 내에 나타나고 있다.
이미 무능한 리더가 똑똑한 인재들의 성과 창출에 얼마나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일례로, 디자인 강국인 영국의 디자인 회사 최초의 한국인 부사장은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영국 디자이너와 우리나라 디자이너의 실력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한국의 디자인 역량 차이는 바로 리더들이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잘 듣고, 잘 반영하고, 잘 발전시키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일침을 놓은 적이 있었다. 또 다른 예로 맥킨지는 2000년에 ‘War for Talent’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무능한 상사들로 인해 내가 큰 성과를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자가 82%, 회사를 떠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이 86%나 되었다고 한다(<그림3> 참조).
똑똑한 인재들은 현명한 리더 아래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발전시켜주는 유능한 리더의 도움을 받아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고 싶기 때문이다. 제대로 코칭해주고 아이디어를 다듬어주는 리더 밑에 있는 인재는 신바람나서 일하여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게 되지만, 제대로 코칭을 해주지 못하거나, 무능하여 자신의 아이디어를 매번 사장시키는 리더 밑에 있는 인재들은 점점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더 나은 역량 개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리더는 자기 부하 직원들의 훌륭한 성과 창출을 통해 비로소 성취감을 느끼는 계층이다. 똑똑한 부하 직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똑똑한 부하 직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안내하는 것이 제 역할인 것이다. 똑똑한 인재들에게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를 맡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경력 관리를 도와줌으로써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할 때, 비로소 리더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상사 및 동료와의 인간적 갈등
똑똑한 인재가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원인은 앞서 언급한 조직적 문제나 리더의 문제 외에도, 똑똑한 인재 그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의 문제가 곧 상사 및 동료와의 갈등으로 연결되어 조직 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수 인재들은 조직 적응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학력이나 학벌이 좋은 인재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아마데우스 콤플렉스’가 그것이다. 즉, 이들은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상대적으로 타인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너무 똑똑한 나머지 자부심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점도 지적되는데, 이러한 특성들은 조직 내에서의 인간 관계 구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문제는 조직 내 인간적 갈등이 성과 제고의 가장 큰 장애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이다. 실제로 한 인터넷 취업 사이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을 조사한 결과 ‘동료간 갈등’이 40.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우수 인재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이 W. 로쉬와 베인 앤 컴퍼니 이사 토마스 J. 티어니의 저서 ‘Aligning the Stars’에 따르면, 젊은 전문가들은 ‘조직 내 소속감’을 느끼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무리 똑똑한 전문가라 하더라도 신뢰로운 관계를 바탕으로 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할 경우,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속감과 신뢰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똑똑한 인재들 스스로 조직에 융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탁월한 성과는 혼자서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기업은 똑똑한 인재들이 조직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관계 구축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끝까지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야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루어낸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한 선수가 이런 말을 했다. ‘잘할 때는 국민들이 칭찬해주며 많은 관심을 보이다가, 한 경기에서 실수를 하거나 행여라도 지게 되면 심하게 질타를 하면서 외면하는데, 그것이 부담스럽다. 끝까지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달라.’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똑똑한 인재에게 거는 기대감이 지나친 나머지, 성과가 좋지 않아 주춤할 때 책임 운운하며 질타만 한다면 똑똑한 인재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지나쳐 빨리 제 페이스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번 기대를 걸었고 한번 믿었던 인재에게 끝까지 신뢰의 모습을 보여줄 때, 더더욱 신바람 나고 믿음을 져버리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제 역량 이상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삼국지 손권(孫權)이 ‘그 사람을 믿지 못하면 엄청난 재주가 있다 해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재론을 펼쳤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끝-
똑똑한 인재가 성과를 못내는 5가지 이유

박지원 | 200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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