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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 환경 규제 강화, 기업간 경쟁 가열 등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중화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관련 기업 및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디트로이트, 파리, 제네바, 도쿄 모터쇼와 함께 세계 5대 모터쇼의 하나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지난 달 12일에서 25일까지 성황리에 열렸다. 세계 44개국 1,000여 개 기업들이 참가한 이 모터쇼의 키워드는 고유가와 연비, 환경이었다. 고효율, 친환경을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단연 최대 화제일 수밖에 없었다.
개막과 동시에,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지엠과 다임러크라이슬러, BMW의 회장들이 한데 모여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을 함께 개발한다는 계획을 재차 확인하였다. 같은 날 독일의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등은 하이브리드 SUV에 대한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하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하여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미국과 독일 기업들이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를 향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결과적으로 도요타와 혼다, 미국의 포드에 이어 세계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 거의 모두가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넓은 의미에서 하나의 자동차에 2종류 이상의 엔진을 장착하거나, 2종류 이상의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말한다. 그러나 현재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의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함께 동력원으로 쓰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출발이나 저속 주행시 또는 정지시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이고, 감속할 때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저장하여 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하여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00% 더 높은 연료 효율을 자랑한다. 또한 매연, 질소 산화물 등이 50~90% 가량 적게 나오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친환경 자동차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고효율 무공해 자동차에 대한 니즈와 개발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기 자동차는 이미 오래 전에 개발된 무공해 자동차의 전형이다. 그러나 전기 자동차는 주행 거리나 성능, 승차감 등의 측면에서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높은 연비를 갖는 고효율 내연기관 자동차 또한 꾸준한 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2000년, 포드는 5년 뒤 연비를 25% 개선한 SUV를 약속했었으나, 2003년 개발 계획을 철회하기도 하였다.
무공해 청정 전기 자동차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연료전지 자동차는 기술적 완성도가 아직까지 낮고 기존 차량과의 가격 경쟁력 확보 또한 요원한 실정이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제품을 계속하여 선보이고 있지만, 20~30년 뒤 혹은 2050년은 되어야 대량 보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이다.
이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미래 청정 자동차의 과도기적 형태인 가솔린 하이브리드 혹은 디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기술이나 기업간 경쟁 측면에서 향후 상당 기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더욱이 고유가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환경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유가 상승, 정부의 지원 등으로 저변 확대
일반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에서 자발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고를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가격 면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었음에 틀림없다. 보급 초기,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소비자들, 특히 공공기관이나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갖춘 계층의 사람들로 하여금 동종의 자동차보다 3,000~5,000 달러 이상의 프리미엄을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상승 추세, 정부의 지원 정책 등을 고려할 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유가 상황을 보면, 거품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해 배럴당 40 달러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서부 텍사스 중질유의 가격이 올 9월말에는 67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경우, 휘발유 평균 가격이 작년 9월 말에는 갤런당 1.92 달러였으나, 올해는 이보다 46% 상승한 갤런당 2.80 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MWC라는 미국의 마케팅 리서치의 최근 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 신차 구입자들의 32%가 휘발유 값이 갤런당 3.75 달러(리터당 1 달러)에 이르면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해본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는 2002년 조사의 19%보다 높아진 값이다.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연비가 높은 차량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료 소모가 많은 SUV와 픽업 트럭 등 대형 차량의 판매가 크게 줄어든 데 반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한편, 정부의 지원 정책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급 확대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 정부에서는 2006년부터 1월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모델과 연비에 따라 차등적으로 500~3,400 달러의 세금 감면을 한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는 분석가들마저도 사려면 올해는 말고 내년에 사라는 충고를 덧붙이고 있다.
최종 결정은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다. 비교를 위해 편의상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일반 차량의 품질이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료비나 부품 등의 유지 비용 면에서 기존 일반 차량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편, 엔진 및 2차전지의 기술적 성숙도, 소비자들의 신뢰 및 인식 제고 등은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유가 수준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면, 동종 모델과의 가격 차를 고려한 추가적 구입 비용은 6~7년 이내에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추가적인 유가 상승과 세금 지원, 기타 유지 비용, 중고차 가격 등을 고려하면 4~5년 내 회수도 가능할 수 있다.
다양한 소비자 기호 충족 기대
경제성이 충족된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보급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JD Power Associates의 최근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연비를 보고 구매를 결정했고 7.6%는 환경 영향이었으며, 62%가 신뢰성과 내구성, 즉 성능으로 차를 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높은 연비와 친환경의 이미지에 고출력, 고성능의 갑옷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포드의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4기통 엔진으로 6기통 엔진의 힘을 내며 연비는 리터당 15km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출시된 도요타의 렉서스 RX400h의 경우 6기통 엔진으로 8기통 엔진의 성능을 뽐낸다. 268마력의 힘에 7초면 시속 100km까지 도달할 수 있으면서도 실제 연비는 리터당 11~14km에 이른다. 몇 차례 출시 지연을 통해 성능 강화에 노력한 결과다. 이 밖에 디젤 하이브리드로서 4.3초면 시속 100km까지 이르고 최고 시속 160km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리터당 34km의 연비를 갖는 Enigma라는 컨셉트카도 나온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차종 선택의 폭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단이나 해치백 일색이었지만 2004년부터 SUV, 픽업 트럭 등 차종이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프리우스나 혼다의 씨빅은 중소형 세단형 혹은 해치백형이다. 그러나 2004년 8월 포드의 SUV 이스케이프가 출시되었고 도요타의 하이랜더, 렉서스 RX400h의 등장으로 차종이 대폭 늘었다. 지엠은 최근 시에라 하이브리드라는 픽업 트럭을 출시하였다.
이밖에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이어 디젤 하이브리드까지도 그 영역이 점차 넓혀질 전망이다. 또한 가정의 값싼 전력을 이용하여 충전을 해 가까운 거리는 전기 모터로만 다니고 먼 거리를 달릴 때는 내연기관을 쓰는, 기존 하이브리드 보다 저렴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2003년 단 세 개의 모델이었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04년부터 빠르게 늘어 올해는 11개 모델이 출시되었고 2008년이면 38개의 모델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일반 차량과 유사하게 입맛에 따라 차종이나 모델을 고를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쟁 가열로 가격 하락 본격화 가능성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아직까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향후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 실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리우스의 경우, 신차 출고 대기 시간이 6개월 가까이 걸리는 상황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중고차가 신차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전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05년에만 약 30만 대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보이며, 2010년에는 약 60만 대 많게는 100만 대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2010년 250만 대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생산 확대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포드가 출시하는 모델의 50%에 자사의 가솔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할 것이라는 발표를 하자, 도요타는 자사 전 모델의 하이브리드화를 추진하고 향후 도요타의 새로운 모델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만들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포드가 2010년까지 환경친화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선두가 되겠다며 생산능력을 2010년까지 연산 25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기가 무섭게, 도요타는 2010년까지 100만대 생산 계획을 내놓았다. 더구나 가격 프리미엄 폭도 최단 시간 내에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을 내놓으면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태세다.
그 외 지엠, 다임러크라이슬러, BMW 등 유수의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하이브리드 기술 확보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양산 계획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상당한 투자 부담을 안으면서도 기꺼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의 움직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성장성에 공감하면서 도요타와 혼다로 대표되는 일본 기업들의 기술 독점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서의 독주를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는 결과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개발과 생산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그 동안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트럭과 버스 등 2.5톤 초과 대형 차량의 연비 규제를 강화하면서 2015년까지 2002년 기준보다 평균 12% 개선된 차량 생산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어놓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효율 자동차에 대한 세금 지원에 의거한 수요 진작을 통해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측면에서 보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보급 확대는 수입산 석유 의존도를 높이는 동시에 연료의 연소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까지 누리게 되어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경 대중화 시작될 듯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2010년 경이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중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시가 이루어지는 2007년 이후 본격적인 마케팅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술 장벽, 소비자들의 인식, 개발 비용 상승, 부품 조달 등이 대중화의 발목을 잡는 상황도 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2~3년 후면 최근의 하이브리드 기술 혹은 자동차의 개발과 관련한 기업간 제휴의 결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경이면 기업간 경쟁 가열, 그에 따른 생산량의 증가 및 품질 향상, 부품 및 관련 기술의 발전, 다양한 차종의 등장,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 등에 힘입어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관련 분야에 다양한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시스템이 과거 12볼트에서 42볼트나 120 볼트 이상으로 바뀌면서 자동차의 전장화를 가속시키고 이에 따른 편의 사양의 변화도 예상된다. 또한 전기 모터와 2차전지, 파워크레인, 운영 소프트웨어 등 기존 차량과 다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부품 및 기술 관련 사업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 변화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 여부에 따라 기업간 경쟁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생산 규모로는 2004년 현재 약 350만 대로 세계 6위, 내수 시장은 약 130만 대 규모로 10위권으로 성장했다. 품질 등 기술 측면의 경쟁력도 Big 3와 견줄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있어서 상업화 측면에서는 일본에 8년 이상 뒤졌고 기술 측면에서는 일본이나 미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성장성과 파급 효과, 그리고 에너지 등 국내외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와 자동차 기업 및 관련 부품 기업들은 기술 확보와 시장 활성화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
하이브리드 자동차 대중화 시대 열린다

김경연 | 200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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