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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서비스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사회의 기본 인프라로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시장 개방과 더불어 국제 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의료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의료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의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문을 닫는 병원은 늘어나고 있으며,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의료의 질적인 측면은 그다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향후 수 년 이내에 선진국의 유수 병원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할 계획으로 있어 국내 병·의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누려 온 국내 의료업계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의료 시장
병원과 의원으로 대표되는 국내 의료 시장 규모는 2004년 말 기준으로 10조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은 건강이나 웰빙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가적으로 지출되는 의료비의 규모 또한 이에 발 맞추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경우 전체 GDP의 10% 가량을 의료 활동에 쏟아 붓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도 약 5%가 의료비로 지출되고 있다(<그림 1> 참조).
수요적인 측면과는 별개로, 의료서비스 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타 서비스 산업과는 비교하기 힘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며, 숙달된 인력을 통해 적은 자원을 투입하여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최근 Biotech의 발전에 힘입어 의료산업의 질적 수준도 높아지고 있으며 파생되는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선진국에서는 의료산업을 이미 미래 성장 동력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고용 창출을 주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보건의료산업의 종사자수가 전 인구의 3~5%에 불과하지만, OECD 국가들의 경우 그 비율이 평균 10~1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세계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단지 사회의 기본 인프라로 간주되던 의료서비스가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되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위기의 국내 의료서비스 산업
사실 국내에서 의료서비스 산업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조되어 온 결과, ‘산업’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77년으로, 이후 의료산업은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 인프라의 개념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국·공립 의료기관의 비율은 실제로 10%(생산액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민간 부문이 국내 의료산업을 주도하고 있어 의료의 공공성은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민간 주도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의료법상 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 경영에 있어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표> 참조). 의료수가 인상률이 원가에 못 미쳐 의료수익이 감소 추세에 있고, 인건비 및 관리비 등이 계속 증가하여 병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부분의 병원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공급 과잉으로 병원 경영난 심화
우리나라의 의료 기관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2003년 현재 전체 의료 기관의 수는 1985년의 3배에 이르는 45,772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종합병원(1.5배), 병원(2.3배)보다도 개인 의원(2.9배)이 높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면허 의사수 또한 1985년 29,596명에서 2003년 81,328명으로 늘어나는 등 의료 인력의 수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의료 수요에 비해 초과 공급되고 있는 병상 수의 증가는 병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몇몇 소수 병원들만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대형 병원으로만 환자들이 몰리고 있으며 그 결과 대부분의 병원들이 환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 인력 수급에 있어서도 대형 병원, 인기 과로 몰리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종합전문요양기관 중에서도 일부 기초 의료 과목의 전공의를 뽑지 못해 중소 병원으로 전락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2004년 한 해만도 4개 종합 병원이 문을 닫았으며, 84개 중소 병원이 도산하는 등 국내 병원의 경영난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종합병원들은 경쟁적으로 병상을 늘리고 있어, 병상의 초과 공급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급성 병상은 초과 공급인 반면, 노인이나 만성 질환자를 위한 장기 요양 병상은 절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병상 공급의 양극화가 지속됨에 따라, 대부분의 시설이 급성 단기 치료 중심으로 구성되어 만성 질환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의료 기관의 도시 집중 현상 또한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2003년 병원급 기준 82%), 의료의 접근성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의료 기관 간 역할 분담 미흡
원래 국내의 의료기관 체계는 1,2,3차로 나뉘어(의원 → 중소 병원 → 종합, 대학병원) 의료서비스의 역할 분담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마땅한 판단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으레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대형 병원에 대한 선호는 병원의 대형화를 유도하여 시설 및 장비의 과잉 중복 투자를 가져오게 하고 결국 전체 의료비를 증대시키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한편 1차 진료 기관인 의원의 경우는 단과전문과목 중심의 전문의에 의한 개업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문의 인력의 증가로 인해 전문의들의 상당수가 전공 과목과 관련 없는 1차 의료 현장으로 흡수되고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물론 전문의 인력의 증가는 의료의 전문화를 강화하여 국민들이 보다 손쉽게 전문 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의 양성에 소요되는 과다한 사회적 비용과 이로 인한 의료비 상승 등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료 기관 간 역할 분담 체계가 정립되어 있지 않아 가장 곤란을 겪는 쪽은 중소 병원인 2차 진료 기관이다. 이들 중소 병원은 대형 병원이나 의원과의 경쟁을 통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실시를 기점으로 하여, 개인 의원 개업 등으로 의사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몇몇 대형 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이 적절한 의료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급 이상 의료 기관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건비 지출로 나타나고 있으며, 환자들이 대형 종합 병원으로 몰리면서 중소 병원의 경우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2004년 전체 병원 도산율 7.4%).
의료서비스의 국제 경쟁력 취약
국내 의료서비스의 경쟁력 약화는 서비스 수지의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국내에서 치료가 어려운 선진 의료 기술의 혜택을 받기 위해 환자들의 해외 원정 치료가 늘어나면서, 한 해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대한병원협회). 이는 우리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며, 의료가 그만큼 고소비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의료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면 국내 의료기관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천, 부산 등 경제특구 내에 설립될 외국계 병원에서 내국인 진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거대 자본에 의한 해외 유수 병원들의 진출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해외 의료 기관들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선진 의료 기술 도입이 용이해지고 외국으로 유출되던 진료비가 억제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 병원의 진출로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병원들의 경우 곧바로 도태될 수 있어, 국내 의료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의료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해야
이와 같이 국내 의료 기관은 양적으로는 성장하였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개선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산업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국내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은 조사 대상국 68개국 가운데 31위에 그쳐,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아직 열악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의료서비스 산업도 국가 산업 전략 차원에서 발전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체질 개선을 통해 시장 내에 현존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앞으로 의료시장 개방 시대에 적합한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의료 공급자 중심 시스템에서 서비스 수요자의 만족을 높이는 시스템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료서비스 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 정부 주도의 직접 개입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내 경쟁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체제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영리 병원의 허용으로 경쟁 체제 마련
국내 의료서비스 산업은 오랫동안 정부의 규제와 보호를 받아 왔기 때문에 경쟁력을 지닌 성장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전체 의료서비스 공급 기관 중 개인 병원과 의원 등만 영리가 허용되고, 그 외 모든 기관은 영리 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또한 건강보험제도 하에서 의료서비스 시장 전체가 통제되고 있어 의료산업이 시장 원리에 의해서 작동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건강보험을 대체할 민간보험도 없고 영리 법인도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정된 의료수가 체계 안에서 진료와 교육, 연구 등의 기능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체제이다. 이러한 환경은 보험 비급여 분야(피부과, 성형외과, 치과 등)의 의료 행위를 확대시키는 등 왜곡된 진료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의료 법인의 수익 사업과 영리 법인 설립 허용 등을 통해 의료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리 병원이 허용되면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각자의 경제력에 맞는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며, 병원 측에서는 영리성이 강화되어 경영 구조의 개선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영리 병원은 세계적인 추세로, 일부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영리 법인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AMI(American Medical International)와 같은 대형 민간 영리 병원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일본도 1998년부터 ‘특별의료법인제도’를 실시하여 병원의 수익 사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폴의 경우는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병원 산업 육성을 위해 민간 의료기관들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보충성 민간 보험의 도입 검토
국민건강보험은 그 동안 전 국민의 의료 형평성 확보와 재정 안정을 중점적인 정책 과제로 수행하여 왔다. 그 결과 급여 범위 확대를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노력은 소홀히 여겨져 왔다. 따라서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는 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본인 부담율이 높은 문제를 안고 있다(<그림 2> 참조). 특히 감기 등 간단한 질병의 경우는 건강보험 지급률이 높은 반면 막대한 진료비가 드는 중증 질환의 경우 보험 지급률이 낮아 보험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하여 보험 급여 범위를 계속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를 보완하는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민간 의료 보험을 통해 소비자는 고가의 비용이 필요한 중증 질환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고령화 시대에서 보다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 공급자 측면에서 볼 때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면 수가 계약을 통해 진료비를 자율적으로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과잉진료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영 환경의 개선으로 의료 기관 간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이 강화되어 의료서비스 산업의 질적 수준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영리성과 공공성의 적절한 조화 필요
앞서 언급한 내용은 현재 국내 의료서비스산업에서 부족한 경쟁력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영리 법인이나 민간보험의 도입 등을 통해 의료 시장에 자본주의 원리를 도입함으로써 국내 의료서비스 시장도 자유 경쟁 체제로 서서히 전환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 개선은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기본적인 전제 하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비영리 의료기관은 현재의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를 그대로 유지하여 의료의 접근성과 공공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며, 민간보험 도입으로 생기는 기존 건강보험의 여유 자금을 저소득층 의료 지원에 투자한다든지 하여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
의료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 시급하다

고은지 | 200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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