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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2004년에 10년내 최대실적을 달성하였고, 이러한 경기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동 및 중국의 대규모 프로젝트의 가동이 눈앞에 닥친 상황인 만큼 지금은 오히려 경기 하강과 이익 급락에 대비할 때이다.
현재 석유화학산업에서 최대 관심사는 석유화학산업의 경기고점 시기라 할 수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대표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에틸렌 및 유도품의 경기 고점이 이미 2004년 3분기에 지났다는 견해에서부터 2005년이 경기고점이라든지 또는 2006년까지 경기고점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다수의 의견은 에틸렌 및 유도품 호황국면이 1년에서 2년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는 낙관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기 고점시기가 지연되었다고 예상하는 견해들의 근거는 현재 완공되어 가동되어야 하는 중동 및 중국의 대규모 에틸렌 및 유도품 공장이 각각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2003년 중국 및 동남아를 강타한 SARS로 인해 프로젝트 자체가 장기간 지연되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되고 있는 자료를 참고하면 더 이상 중동 및 중국 프로젝트의 지연을 확신할 수는 없고, 예상되고 있던 프로젝트들이 속속 가동 준비되어 완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지금부터는 2004년 달성한 10년내 최대 실적을 잊어버리고 본격적인 경기하강에 대비하는 전략이 바람직 해 보인다. 석유화학산업은 경기고점과 경기저점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만일 석유화학 생산능력 증설이 일시적으로 한 해에 집중될 경우, 수요가 신규 생산능력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석유화학 경기는 급락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지금으로부터 3년전인 2002년만 하더라도 에틸렌 및 유도품 경기고점 시기는 2004년이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2003년 초반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중동지역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던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상당부분 중단되거나 지연되었다. 전쟁으로 중동 프로젝트 전체가 지연되는 것은 대출의 주체인 은행들이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이유로 추가적인 대출이나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건설될 예정이었던 석유화학 프로젝트도 2003년 상반기 발생한 SARS로 인해 대출협의 자체가 6개월 이상 중단되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대출자가 현지공장 부지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중동 및 중국 양 지역에서 동시에 지연되어 일종의 생산능력 공백기간이 2년간 지속되었다. 하지만 석유화학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3년, 2004년에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일시적으로 무너지면서 제품가격과 마진이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제품가격과 마진의 급등은 각 개별기업마다 영업이익 급등으로 시현되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다수 석유화학 기업은 2004년 중 지난 10년내 최대의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동과 아시아에서 대규모 에틸렌 신규 물량 출회 예상
그러나 이러한 호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러 기관에서 발표된 자료들을 참고하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적으로 연평균 5백만톤 이상의 에틸렌 물량이 공급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에틸렌 수요증가량은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진폭의 차이가 있으나 연평균 135만톤에서 420만톤으로 세계GDP성장율에 연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고적으로 에틸렌 연평균 생산능력이 250만톤 이하로 증가할 경우 매년 증가하는 수요량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여 제품 영업이익이 폭등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2003년과 2004년이 대표적인 폭등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한 종합상사는 최근 향후 4년간 에틸렌 생산능력 증가가 2,000만톤 이상 달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는데 이러한 물량은 2004년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의 17.5% 에 해당된다. Tecnon, CMAI 등 석유화학 전문 조사기관들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05년도부터 2008년까지 에틸렌 물량이 집중적으로 출회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중동 및 중국 지역이다. 주요 증설물량으로는 중동지역에서는 AKPC, Maroun PC, Pars PC, Jam PC 의 물량이 2005년부터 순차적으로 출회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지역에서는 BASF, BP, SHELL과 중국기업의 합작기업들로부터 에틸렌이 출회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1년, 2002년에 에틸렌 경기가 최악 상황이었는데 이때 매년 550만톤, 450만톤의 신규 물량이 시장에 출회되었다. 따라서 중동 및 중국의 신증설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틸렌 유도품도 본격적인 증설 물량 출회 예상
에틸렌 유도품의 대표제품인 PE(폴리에틸렌, LDPE/ LLDPE/HDPE), EG(에틸렌 글리콜)은 에틸렌과 병산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급증하는 에틸렌 증설로 인해 동반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신규 증설설비의 경우 에틸렌만의 단독공정을 생각할 수 있으나, 에틸렌은 기체이므로 톤당 운임이 높아 에틸렌을 고체나 액체인 유도품으로 가공을 해야 이동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E의 경우 과거 3년간 세계적으로 520만톤의 생산능력이 증설되었으나, 2005년부터 3년간 아시아 및 중동에서만 690만톤의 증설물량이 출회된다. 이러한 신규 증설물량은 현재의 수급구조에 심대한 영향을 발생시켜 제품별 영업이익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EG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EG는 과거 3년간 세계적으로 겨우 100만톤의 생산능력이 증가되었는데, 2005년부터 3년간 아시아 및 중동 기준으로 446만톤의 물량이 출회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3년간 출회된 신규 증설물량이 단 1년간에 출회되는 셈이다. 현재까지 에틸렌 증설물량이 집중 출회된다면 에틸렌 유도품 가격도 자연스럽게 하락한다는 가정은 큰 이견없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틸렌 유도품 가격 하락은 타 합성수지 가격과 무관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에틸렌 유도품 가격 하락은 경쟁관계에 있는 타 합성수지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가격 하락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프로필렌이 과거 에틸렌을 생산할 때 산출되는 부산물로 취급되어 가격이 에틸렌보다 저렴하였고 프로필렌의 유도품인 PP(폴리프로필렌)도 에틸렌 유도품 등 타 합성수지 제품보다 저가에 거래되었을 때 타 합성수지를 대체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결국에는 저가격을 주요 무기로 HDPE, PS(폴리스티렌), PET, ABS, PVC(폴리염화비닐) 등을 대체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중동의 집중 증설로 에틸렌 유도품 물량이 타 합성수지보다 저가에 진입할 때 또다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하강시 석유화학기업 영업이익 급락 가능성
에틸렌과 유도품만을 생산하는 석유화학기업은 거의 없으므로, 에틸렌 및 유도품 시장이 경기하강 국면에 진입하였을 때 에틸렌 및 유도품을 주력제품으로 생산하는 석유화학기업의 영업이익이 어느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꼭 집어서 추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에틸렌 및 유도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국내 2개업체의 과거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에틸렌과 유도품 증설물량이 집중적으로 출회될 경우 어느정도의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될 지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2001년 에틸렌 증설물량이 500만톤이상 출회되어 공급과잉이었을 때 당해년도에 두기업의 영업이익 합계는 1,000억원이었으나 에틸렌 증설물량이 겨우 250만톤 출회된 2004년에는 6,000억원으로 500% 급등하였다.
2001년, 2002년에는 에틸렌의 수익성을 말해주는 에틸렌 마진(에틸렌-납사)이 톤당 200 U$ 이하에서 형성되었으나 생산능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던 2003년 이후에는 에틸렌의 톤당 마진이 400U$에서 800 U$까지 급등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연평균 500만톤의 물량이 2005년부터 4년간 출회된다고 예상되므로 이 정도의 물량이면 기업들의 외부 영업환경이 최악의 상황이었던 2001년 수준으로 또다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도 무리한 가설은 아닐 것이다. 다만 2001년부터 현재까지 기업의 생산 능력 확대, 에틸렌 유도품외 프로필렌, 벤젠 등의 상대적인 강세는 이익 급락에 완충 역할은 할 것이다.
경기저점국면 확대될 가능성 존재
향후 에틸렌 및 유도품 경기국면은 과거의 경기 사이클과는 다소 다른 국면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근본적인 원가경쟁력을 보유하면서 경기와 무관하게 대규모로 증설하는 중동 지역에 의해 경기저점 국면이 과거보다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보유하는 사이클 제품의 경우 호황일때는 증설에 대한 욕구가 전세계 기업에서 발생하고 결국 과잉 증설이 일어나 경기호황을 마감한다. 반대로 경기 불황일 때는 경쟁력 없는 설비의 폐쇄, 신규 증설 자제 등을 통해 경기 저점을 형성한 다음 다시 확장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사이클 산업의 근본적인 가정은 제조원가가 세계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동의 제조원가는 아시아나 북미의 국가에 비해 절반 수준이므로 이러한 근본적인 원가경쟁력은 중동 기업으로 하여금 경기가 불황일 때도 지속적으로 증설을 실시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오히려 아시아나 북미, 유럽 기업이 경기불황으로 증설을 자제하더라도 중동지역은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증설하여 시장지배력 확대의 기회로 삼을 것을 가정해 볼 수 있다. 경기와 무관한 무리한 중동 지역의 증설이 현실화 될 경우 향후 에틸렌 및 유도품 사이클은 과거처럼 쉽게 경기저점에서 반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즉 경기 저점국면이 과거보다 깊게, 그리고 길게 지속되는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상정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건설이 예상되는 중동의 신규 에틸렌 설비들의 기본 규모는 원가경쟁력을 보유한 100만톤에 이르고 있어 향후 경기 회복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석유화학산업 하강국면에 대비한 대책 마련해야
경기가 하강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을 예상한다면 지금부터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먼저 차입금 축소이다. 전세계 석유화학 산업이 공급과잉으로 불황에 빠졌던 1998년과 2001년을 염두해 본다면 차입금이 과다한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면서 급기야는 도산한 사례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지금부터는 비주력자산을 매각하거나, 경기호황을 가정한 섣부른 과다 투자계획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즉 비유동자산보다는 현금자산을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굳이 경기하강이 예상되는 시점이지만 사업을 확장하여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거나 향후 경기상승기를 대비하고자 한다면 투자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지분투자를 실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예로 프로젝트 파이낸스 기법을 활용한 지분투자 방법이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경우 대출을 통한 예대금리가 주요 수익원이므로 20년동안 수익성이 예상되는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존재한다면 기업의 담보없이 석유화학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대출을 한다. 이러한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을 사용하면 기업들은 투입된 지분위험 이외의 많은 위험들을 회피할 수 있다. 다만 프로젝트 파이낸스는 종전에 해오던 금융방식에 비해 대출금리가 비싼 것이 단점일 수 있으나 다소 높은 대출금리보다는 대규모 리스크를 회피하였다는 것이 큰 의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중기적으로는 고부가치 제품개발과 원가절감 등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보유하지 못한 원천기술을 적극 개발하여 로열티 유출을 방지하고 촉매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여 수익을 증가시켜야 한다. 기존의 관행이었던 아시아 집중 마케팅에서 벗어나 아프리카나 남미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신규용도 개발을 적극 추진, 타 경쟁제품을 대체하여 시장을 확대하여야 한다.
원가절감 대책도 중요하다. 생산라인 전용화를 통한 효율 향상, 에너지 원단위의 절감 등 각사 실정에 맞는 원가절감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원가절감 사례를 공유하여 중복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마케팅을 집중하는 지역이 달라 SWAP거래가 필요할 때는 경쟁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경기 재상승에 대비한 적극적인 전략도 가능
석유화학 산업은 제품마다 차이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수요가 매년 3% 정도는 성장하는 시장이다. 중동 및 중국 프로젝트의 집중 증설로 인해 2005년부터 경기하강국면에 진입한다면 세계의 석유화학 업체들은 영업이익 하락으로 인해 투자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개, 두 개 기업의 투자규모 축소는 석유화학산업 전체의 투자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투자규모 축소 이후에는 어느 시점인가 생산능력이 부족하여 또다시 경기가 상승할 것이 예상되므로 경기상승을 염두한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 석유화학산업은 신규 증설된 제품이 경기상승 중반에 집중적으로 출회된다면 투자비를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다. 불황기때 영업이익율이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이 있으나, 경기확장기에는 영업이익율이 20%를 상회하는 기업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경기하강기에도 차입금 부담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사업을 매각하는 기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 본다면 무리하게 신규사업을 계획하기보다는 해당기업과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직계열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M&A 기회를 준비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나아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간 자발적인 합병이 이루어진다면 물류비, 구매력, 판매력 증가를 통한 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끝-
석유화학기업 경기하강에 대비하라

차홍선 | 200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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