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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류에서 일류 기업으로, 가전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산요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집중 투자를 통해 2차 전지에 이어 차세대 에너지 산업에서도 주도권 확보를 노리고 있다.
작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국제유가가 금년 3월 21일, WTI 기준 배럴 당 56달러를 넘어서며 향후 2년 내에 80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산유국도 아니면서 주로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와 기업 입장에서는 불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에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라는 어려운 숙제까지 얹어주었다. 이 같은 변화는 디지털 혁명에 이어 에너지·환경 패러다임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위기와 환경 문제라는 새로운 위협 속에서도 일부 기업은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는 1970년대 있었던 오일쇼크가 연비가 우수한 소형 일본 자동차의 전성기를 열어주었던 것처럼 오늘의 위기가 차세대 에너지 산업이 도약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주리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에너지 산업 주도하는 일본 전자 기업
차세대 에너지 산업과 관련해 태양전지,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 전지 등의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태양전지다. CLSA 증권에 따르면 2003년 세계 태양전지 시장은 대략 7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매년 22%씩 성장해 2010년에는 현재의 DRAM 시장과 비슷한 규모인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양전지 시장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일본 기업들이다. 2004년 생산능력 기준으로 일본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49%에 달한다. 상위 10개 기업 중 4개가 일본 기업이며, 1위와 3위가 일본 전자 기업인 샤프와 교세라로 각각 24%, 12%를 점유하고 있다. 미쓰비시 전기와 산요는 6, 7위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모두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내놓고 있어 이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요의 경우 내년까지 2003년 대비 생산능력을 4배까지 늘려 3위 권으로 도약해 나간다는 계획이며, 미쓰비시 전기 역시 내년까지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황이다.
차세대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일본 전자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 전지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 전지를 양산 중인 기업은 모두 일본 전자 기업으로, 기존의 2차 전지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마쓰시타, 산요, NEC, 히다찌 등이다. 산요의 경우 포드에 이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공급계약을 맺고 양산 체제를 늘리는 등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고, NEC와 히다찌도 양산 준비를 마치고 자동차 기업과 다양한 제휴 전략을 통해 시장지배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위의 두 시장과 달리 연료전지는 아직 시장 형성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업무용, 자동차용, IT 산업용 각각에 대해 마쓰시타, 미쓰비시, 산요, 도시바, 소니, NEC 등 일본 전자 기업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일본 전자 기업들은 차세대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환경 시대의 도래에 따라 차세대 에너지 산업에서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이를 재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2류 가전 기업에서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맹주로 변신
차세대 에너지 산업에서 여러 일본 기업들이 약진하는 가운데 에너지 산업의 맹주 격인 기업이 있다. 바로 산요다. 산요는 휴대용 전자 기기의 심장이라 불리는 2차 전지 부문에서 세계 1위이다. 2차 전지는 1차 전지인 건전지와 달리 여러 번 충·방전이 가능한 전지를 말한다. 2차 전지는 전자 기기의 모바일화로 주목 받기 시작해 1990년대에 노트북PC와 휴대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시장이 급성장했다. 특히 노트북PC와 휴대폰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 시장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이 시장에서 산요는 뒤늦게 진출한 불리함을 극복하고 소니, 마쓰시타와 같은 쟁쟁한 일류 전자 기업을 물리치면서 1위로 등극하는 데 성공한다. 산요는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리튬이온 전지에 이르기까지 2차 전지 시장 전 부문에 걸쳐 2004년 현재 각각 40%, 50%, 35%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에너지 산업인 태양전지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 전지 시장에서도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2010년까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산요는 흑백 TV와 냉장고에서 출발한 가전 기업이다. 지금도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등 AV/정보통신 기기를 생산하고 있는 종합 전자 기업으로, 이 두 부문의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넘는다. 반면 전지 사업 부문의 매출액 비중은 지난 10년 평균 13% 정도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수익 기여도 측면에서 볼 때 에너지 사업의 위상은 달라진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산요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45% 이상은 전지 사업 부문에서 창출된 것으로 전지는 사실상 산요의 주요 수익 사업이다. 게다가 산요는 2차 전지 시장에서 소니와 마쓰시타를 뛰어 넘는 성공을 거둠으로써 이류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무형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그림> 참조>.
산요는 스스로를 Energy & Ecology 기업으로 정의하고 전지 사업을 주요한 성장의 축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가전 중심의 전자 기업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한 산요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향후 차세대 에너지 산업에서도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산요의 변신 전략의 시사점
많은 기업들이 1등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새로운 분야로의 전환을 통해 성공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전자 기업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한 산요의 사례를 통해 기업 변신 전략의 성공 요인을 살펴본다.
● 과감한 실행력으로 승부하라
매출 성장이 둔화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이 예상되거나 이미 그 상황에 빠졌을 때 대부분의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어떤 사업에 집중하고 어떤 사업을 매각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문제에서부터 어떤 방법을 통해 실효를 거둘 것인지까지 실행에서 부닥치는 문제는 말처럼 쉽지 않다. 산요는 이러한 문제를 과감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을 통해 풀어나갔다.
산요는 1990년대 초반 이후 3차례에 걸쳐 구조조정을 실행하였다. 1992년 산요는 매출액 비중이 겨우 6%에 불과한 전지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모험을 단행하였다. 전체 사업 부문 중 전지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산요는 전지 사업에 설비투자비와 연구개발비의 25% 이상을 투자하며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했다. 1994년 산요는 리튬이온 전지 사업에 뛰어들었고, 1999년 1위에 오르기까지 5년간 매년 2배 이상 물량을 확대하는 공격적인 증설을 추진했다.
1999년 산요는 수익성이 나쁜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의 생산공장을 일부 폐쇄하거나 중국으로 이동시켰다. 역량이 부족한 가전 부문에서는 2001년에 샤프와 손을 잡았고, 2002년에는 OLED 부문에서 이스트만 코닥과 JV를 설립하는 등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반면 전지 사업 확대를 위해 2001년 도시바의 니켈수소 전지 부문을 인수합병하고, 2002년 리튬이온 전지 시장 5위이던 GS Melcotec을 인수해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산요의 전지 사업 강화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2004년 도시바의 리튬이온 전지 생산 라인을 인수함으로써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 글로벌 사업 마인드로 무장하라
오늘날 산요가 쌓은 명성은 리튬이온 전지 시장에서 패권을 잡은 데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산요가 처음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후발자의 입장에서 고객을 찾는 것부터가 막막한 입장이었다. 시장에는 이미 소니와 마쓰시타, 도시바와 같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기업들이 포진해 있었고, 이들이 수요 시장 1위의 프리미엄 고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브랜드 파워가 취약했던 산요는 일본 시장 내에서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가전 사업을 하는 동안 축적해온 글로벌 생산 및 마케팅 역량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산요는 중국, 헝가리, 미국 등지에 생산, 물류, 판매 거점을 확보하고, 대만 OEM 업체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고객을 대상으로 현지 영업 활동을 강화했다. 또한 경쟁 기업에 비해 한 발 앞서 Global SCM(Supply Chain Management)을 구축하는 등 해외 고객에 대한 밀착 대응에 주력했고, 이를 바탕으로 산요는 많은 해외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해외에서의 성공적인 고객 확보를 기반으로 산요는 마침내 일본 시장 침투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2차 전지를 포함해 대부분 부품 시장의 고객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세트 기업이다. 따라서 어떤 고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부품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산요는 철저한 고객 분석과 고객 세분화 및 포지셔닝을 통해 핵심 고객을 신중히 선정함으로써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산요의 선택은 노키아였다. 당시 후발주자로 리튬이온 전지 시장에 뛰어든 산요는 신규 수요 시장인 휴대폰용 전지 시장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당시 휴대폰 시장 1위인 모토로라에 진입하는 대신, 2위이던 노키아 물량의 90% 이상을 공급하며,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그 결과 노키아의 1위 도약과 함께 휴대폰용 전지 시장 1위로 급부상하며, 1999년에는 전체 리튬이온 전지 시장 1위였던 소니를 꺾을 수 있었다. 산요의 탁월한 선택은 노트북PC용 전지 시장에서도 검증된다. 1990년대 중반 당시 시장은 소니와 마쓰시타가 장악하고 있어 산요의 진입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산요는 핵심 고객으로 델과 IBM을 선정한 후 따로 전담 사업부를 두고 밀착 대응하는 등 적극적인 공략에 나섰다. 결국 산요는 확고한 1등 벤더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최근 델이 노트북PC 시장 1위로 등극함에 따라 산요는 휴대폰용 시장에 이어 노트북PC용 전지 시장에서도 1위인 소니를 무너뜨릴 기세다.
● 높은 고객만족도를 유지하라
산요만의 특별한 고객 밀착 서비스는 전지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전지 산업은 특성상 안정적인 품질 보증 역량과 이에 따른 고객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이다. 고객들은 자신의 브랜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전지의 폭발 등과 같은 사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요구할 뿐 아니라 사후 처리 과정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산요의 신속하고 완벽한 대응은 고객으로 하여금 높은 신뢰와 만족감을 갖게 하였다. 실제로 고객의 클레임 발생시 산요는 2일 내에 고객을 방문해 예상 원인과 대책을 내놓고, 추가적인 조사과정에서 최종 보고까지 문제 해결 과정을 고객에게 피드백하고 있다. 보고 일정은 반드시 준수하며 문제된 재고는 전량 폐기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전액 부담하고 있다.
산요는 이 같은 고객 대응 역량을 지속적인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유지하고 있다. 2001년에는 개발, 생산, 영업을 한데 묶은 조직을 운영해 품질 관리와 더불어 휴대폰용 2차 전지 고객의 다양한 제품 사양 요구에 긴밀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또한 산요는 고객 클레임이나 제품 결함과 같은 항목을 전사적 위기 관리 시스템의 관리 항목에 포함시켜 철저하게 통제·관리하고 있다. 산요는 단순히 제품뿐 아니라 판매 후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높은 고객 만족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라
오늘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현재의 성공에 안주함으로써 망한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산요는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차세대 성장 엔진을 준비함으로써 성공 사업을 연결해 왔다. 1963년 니켈카드뮴 전지로 처음 2차 전지 사업을 시작한 산요는 1990년 니켈수소 전지를 최초로 상용화시키면서 1등 사업을 잇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리튬이온 전지 시장에도 진출해 성공함으로써 고리를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도 꾸준히 기술개발에 주력해 1991년에 다른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높고 열에 견디는 특성이 우수한 HIT(Heterojunction with Intrinsic Thin-layer)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2001년에는 포드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니켈수소 전지에 대한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차세대 1등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 동안 산요는 전체 연구개발비의 절반을 전지 사업에 투자하는 등 하이브리드 자동자용 니켈수소 전지와 태양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전지의 경우 2010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의 10배 이상인 1,000MW로 늘려 시장의 30%를 점유한다는 계획이며,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 전지 시장에서도 2010년 시장점유율 50%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끝-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난 산요의 변신 전략

장이화 | 200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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